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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유] 서울경제신문 “규제개혁엔 좌우 없어…민간주도 시스템으로 경제위기 돌파해야”[청론직설]
글쓴이: 관리자
조회: 55
등록시간: 2020-08-28 12:23:40

“규제개혁엔 좌우 없어…민간주도 시스템으로 경제위기 돌파해야”[청론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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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한국규제학회 회장(경북대 교수)]

-효과 불분명한데 선한 의도만 앞세운 ‘나쁜 규제’ 판쳐

-정부 슈퍼스타 욕심이 시장활력 위축시키는 구축효과

-무분별한 의원입법 막을 제도적 장치 서둘러 마련하고

-무용지물 된 규제개혁위 내실 갖춰 독립기구로 격상을

 

 

정부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이면서 기업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와중에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부동산 시장 규제도 역풍에 휩싸이고 있다. 김성준 한국규제학회 회장(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채 선한 의도만 앞세운 ‘나쁜 규제’가 판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정부가 민간과 시장의 활력을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규제 개혁에는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과감한 규제 혁파로 민간 주도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큰 정부’에 속도가 붙어 외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은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슈퍼스타를 자처하면서 기업과 시장을 옥죄고 있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규제가 생기는 게 현실 아닌가.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는 규제가 남발되는 일이 너무 많다. 갈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규제 공화국’으로 전락한 셈이다. 법을 많이 만들면 정부가 자꾸 커지고 민간 영역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낳게 마련이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이 정부는 특히 안전 문제를 강조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오히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반대로 가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지만 정작 규제 개혁은 빠져 있다.

△규제란 기본적으로 정부가 확실한 철학을 갖고 어떤 목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해놓고 추진해야 한다. 어느 정부든 공감하는 것이 바로 규제 개혁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규제 개혁을 공통과제로 삼았다. 우리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규제 개혁이 우파나 보수정권에서만 추진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규제 개혁은 정권의 성향이나 색깔·이념과 관계없다. 어느 정권이든 진정 경제를 살리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면 규제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 자신들의 이념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야말로 코미디 같은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규제 개혁이란 무엇인가.

△작금의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시대에는 그 어떤 것도 예상하기 어렵다. 과거의 포지티브 방식, 즉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은 전혀 맞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평가해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눈만 뜨면 신제품과 서비스·신산업이 등장하는데 개발경제 시대에나 있을 법한 규제가 버티고 있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미 용도 폐기돼야 할 규제가 남아 있는 한 우리 산업구조는 제자리걸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됐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근본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규제 개혁에 대한 비전과 방향·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겠는가.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할 때 국회에 나가 이런 주장을 펼쳤던 적이 있다. 왜 금융이나 신산업, 정보기술(IT) 등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느냐고 말이다. 다른 분야까지 폭넓게 적용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산업이라도 규제를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모든 산업, 특히 제조업 전반에 걸쳐 규제를 풀어야 한다. 국내 산업계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도 많다.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지만 제조업을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당국자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신기술만 규제를 풀자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더라도 특정 산업, 특정 계층만 대상으로 삼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업들을 자유롭게 풀어줘야 하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규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관료들은 힘들게 뛰는 기업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수단과 목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나누는 기준은 뭔가.

△무엇보다 효과와 능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 효과가 있는 규제는 좋은 규제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규제다. 부동산 규제를 따져본다면 결과가 형편없지 않나. 그러면 나쁜 규제다. 나아가 비용보다 편익이 큰 규제는 더 좋은 규제, 흔히 말하는 품질 좋은 규제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정책 의도를 강조하는 것은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말로만 외치는 규제 개혁이야말로 시장에 정책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우선 정책학 관점에서 보면 규제 개혁을 포함한 정부·행정 분야의 개혁은 느리게 마련이다. 행정 개혁은 점진주의이기 때문이다. 또 공공선택론 관점에서 볼 때 규제는 관료의 권력과 권위 행사로 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규제 개혁을 공짜로 추진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개혁에 나서려면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비용도 리스크도 투입하지 않고 안전하게 개혁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안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가 간판만 내걸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규개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규개위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도 규제 개혁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규제 개혁은 본질적으로 규제의 합리화이기 때문에 때로는 규제를 신설하고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제 개혁의 출발점은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개선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얼마 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 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 중 96.5%가 규개위의 본심사를 거치지 않고 처리됐다는 통계를 봤다. 예비심사에서 비중요 규제로 분류해 본심사 없이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규개위의 심사 기능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규개위를 내실화하고 거버넌스 체계를 바꿔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독립기구로 만들어 위상을 높이고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야 규제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의 탁상공론이 규제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많은데.

△자신의 문제가 아닌데 과연 누가 절박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겠는가. 현장, 다시 말하면 돈 버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개혁에 절박하지 않고 그에 부합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과학과 기술·산업 등에 대해 누가 알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나. 당연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기업들이다. 일반 행정가를 중심으로 한 현행 공무원제에서 탁상공론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그러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민간 부문의 규제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시행령이나 행정지도가 남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한마디로 ‘편법 공화국’이라는 말이다.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애매한 규정과 규칙·행정지도가 그물망처럼 깔려 있다. 선진국에서는 규제를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해서 ‘히든 택스(hidden tax)’라고 한다. 규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영향은 세금보다 오히려 클 수도 있다. 뒤집어 보면 규제 개혁은 세금과 달리 반발이 적다. 정부가 진정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면 저항이 훨씬 적은 규제 개혁을 선택하는 방향이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규제가 과도한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고 하소연하는데.

△사실 규제는 그 뿌리부터 민법적·민사적 성격이 강했다.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사회가 복잡해지고 동시에 개인이 고립되면서 민사적 해결보다는 형사적 해결을 선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반(反)기업 정서가 강해지면서 이를 자꾸 형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일부 사안에서 형사 처벌이 필요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일반화하려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에서 쏟아지는 규제 입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규제 입법을 양산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규제영향평가 없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있어 행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는 의원입법을 견제할 장치가 전혀 없다. 시민단체들이 의원들의 역량과 실적을 발의 법안 숫자로 평가하는 코미디 같은 방식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법을 많이 만들면 훌륭한 의원으로 평가받는 나라가 어디 있나. 가장 좋은 규제 개혁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 정부의 규제 정책을 평가하는 자리를 갖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는 11월쯤 ‘코비드19 시대, 문재인 정부의 규제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겸 미래 어젠다를 제기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규제 개혁 전반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 규제, 공유경제 등 개별 규제에 대한 논의의 장도 마련할 생각이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성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 및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이며 지난 7월부터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위원회 위원, 대구광역시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동남아국가연합(ASEAN)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정책학:정부 정책의 이해를 위한 입문’ ‘공공선택론:정치·행정의 경제학적 분석’ ‘규제영향평가 핸드북’ 등의 책을 펴냈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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